오늘 하루 종일 새로 나온 Claude Opus 4.7을 가지고 로컬에서 돌아가는 Notion과 비슷한 마크다운 에디터를 한 번 만들어봤습니다. 14시간 안에 원하는 동작, 원하는 UI, 원하는 단축키가 어느 정도 반영된 도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노션과 같이 /로 기본 명령을 탐색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이 에디터를 만든 이유는 아래와 같았어요.
- Notion은 클라우드 기반이라, 내 컴퓨터에 있는 마크다운 파일을 생성, 수정, 편집,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
- 노션 슬라이드를 비롯해 다양한 기능이 붙고 있지만, 내 작업 흐름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의 폭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필요한 기능은 모두 구현되었습니다. $100 Max 요금제의 34%를 사용했고, 코드는 한 줄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으며, 오직 한국어 대화만으로 여기까지 완성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정리된 생각을 남겨둡니다.
- 이제는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는 범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연성을 포기한 구조인데, 이제 사용자는 자기 작업 흐름에 딱 맞는 도구를 그때그때 만들어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범용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저물고, 일회용에 가까운 맞춤형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감각이 점점 선명해집니다.
-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불같이 타올랐던 게 어제 같은데 그 시기도 점차 지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델이 알아서 긴 컨텍스트를 다루고, 도구를 고르고, 실패를 복구하는 수준이 되면서 사람이 정교하게 설계해줘야 했던 상당 부분을 모델이 흡수했습니다. 결국 모델 그 자체가 제품에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가겠다 싶습니다.
- 무엇을 배운다는 것, 수십 년간 수련하고 경험했다는 것, 특히 지식 산업에서의 그 축적은 이제 예전만큼의 경쟁력을 주지 못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문법을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고,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던 시기에는 요구사항 명세를 잘 작성하는 것, 많이 만들어보는 것, 배포해보는 것, 아키텍처를 잘 잡는 것을 강조했죠. 그런데 Opus 4.7은 그냥 만듭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단어조차 알 필요가 없어요. 그냥 만드니까요. 또 한 세대가 넘어간 느낌입니다.
-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정의하는 능력, 즉 문제를 발견하고 서술하는 능력이 인간 고유의 영역처럼 이야기되곤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영역조차 AI가 더 잘하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모델이 제시한 여러 방향 중에서 '내 맥락에 맞는 것'을 골라내는 선택의 책임이 사람 몫으로 남는 느낌이에요. 책임이 남았습니다.
- 그럼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하고, 답을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훈련을 시키는 쪽이 훨씬 큰 효용을 줄 거예요. 정답을 외우는 교육에서, 질문을 벼리는 교육으로의 이동입니다.
- 점차 전문 지식은 추상화됩니다. 이제 터미널도 필요 없습니다. 10년 뒤에는 구독할 비용만 필요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