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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료와 시스템만으로는 건너가지 못하는 거리

밖에서 듣는 AX라는 말은 구독료를 대 주는 일로도, 시스템을 들이는 일로도, 사람을 줄이는 일로도 쓰입니다.

제주도청은 2026년 8월부터 'AI:ON'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직원에게 개인 생성형 AI 계정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전에는 부서마다 AI 모델 하나를 공용 계정으로 함께 썼는데, 이제는 직원마다 여러 AI를 자기 계정으로 씁니다.[1]

저는 이런 지원을 긍정합니다. AI는 써 봐야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가를 수 있습니다. 부서가 모델 하나를 함께 쓰면, 어느 AI가 내 일에 맞는지는 견줘 볼 수가 없습니다.

위니브도 직원들에게 AI 요금제를 지원합니다. Anthropic에서 공식 지원으로 받은 1만 달러어치 크레딧은 다섯 달 만에 다 썼습니다. AI가 읽고 쓴 양을 세는 단위인 토큰이 아니라 실제 금액으로, 하루에 800만 원어치 AI 사용료를 쓴 날도 있습니다. 지금은 직원 각자가 필요한 서비스의 최고 요금제를 씁니다.

다만 얼마나 썼는가가 AX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루 800만 원이라는 숫자만으로는 그 돈으로 회사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6년 6월에 낸 분석을 보면, 회사가 구독료 같은 비용을 지원하면 근로자의 생성형 AI 활용 확률이 8.1%p 높아졌고, AI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 15.5%p 높아졌습니다.[2] 저는 이 숫자를 구독료만 대 줘서는 부족하다는 말로 읽습니다. 금액을 올리는 것보다, 써 보라고 권하고 쓰는 분위기를 만들고 무엇에 쓸지 방향을 잡아 주는 일이 꽤 중요합니다.

시스템을 들이는 일에는 나라의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AX 원스톱 바우처'는 AI 개발과 클라우드, 데이터를 묶어 기업을 최대 2년까지 지원합니다.[3] 저희도 이런 지원을 받아 본 적이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지금처럼 퍼지기 훨씬 전인 2020년에, 위니브의 전신인 바울랩 이름으로 '2020 NIPA 고성능 컴퓨팅 지원' 사업에 참여해 AI 연구를 했습니다. 지원을 받아 한참 연구했는데, 연구가 끝나니까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스템 하나만 들이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들여오면 회사에는 안 쓰는 시스템이 하나 더 늘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아름답지만 아무도 접속하지 않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지원 사업으로 시스템을 들이실 거라면, 지원이 끝난 다음 날 누가 그것을 열어 일할지부터 정해 두셔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지원이 먼저 늘려 주는 것은 AI를 써 본 사람입니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업무에 생성형 AI를 써 본 취업자는 51.8%였지만, 정기적으로 업무에 쓰는 사람은 17.1%였습니다.[4] '써 봤다'와 '그것으로 일한다' 사이가 세 배쯤 벌어져 있습니다. 개인이 AI를 써 보는 것에서, 회사가 AI로 일하는 것으로 건너가는 거리입니다.

구독료를 대 주는 일과 시스템을 들이는 일은 직원들이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하는지 몰라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들이든 그 하루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AI에게 넘긴 일만큼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까지 정해야 합니다. 그 시간은 사람을 줄이는 데 쓸 수도 있고, 하던 일의 본질에 쓸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AX는 사람을 줄이는 일이 아니라 본질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하는 일입니다. 저희에게 본질은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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