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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이 높아질 때 남는 것

지능이 높아져도 사람에게 남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세상에 없는 맥락을 주는 일, 무엇을 원하는지 정하는 일, 언제 끝났다고 볼지 정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맥락은 점점 스킬(Skills)이라는 그릇으로 모입니다. 이 절은 1장을 정리하며 그 큰 그림을 그립니다.

1. 흡수되는 것과 남는 것의 지도

01-2부터 01-5까지 네 가지 엔지니어링을 따라오며 매번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무엇이 AI와 제품 안으로 흡수되었고, 무엇이 사람에게 남았는가. 그 답을 한 장의 지도로 모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로축은 그 일을 지금 모델과 제품이 얼마나 대신하는지, 세로축은 그 일에 나만 아는 정보가 얼마나 필요한지입니다. 점의 위치는 측정한 숫자가 아니라 01-2~01-5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의 판단입니다.

오른쪽 아래는 이미 제품이 기본으로 해 주는 일입니다. 역할을 부여하는 요령, 긴 대화를 압축하는 방법, 도구를 연결하는 코드는 이제 사람이 따로 배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왼쪽 위는 아무리 모델이 똑똑해져도 사람이 줘야 하는 일입니다. 회사와 프로젝트의 사정, 내 취향과 좋은 결과의 기준, 언제 끝났다고 볼지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른쪽 위는 제품이 틀을 대신 짜 주지만 그 안에 넣을 내용은 사람이 정하는 일입니다.

2. 왜 맥락 제공은 남는가

모델이 똑똑해진다는 것은 세상에 있는 지식을 더 많이, 더 잘 다룬다는 뜻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디자인 원칙, 마케팅 이론처럼 어딘가에 글로 남아 있는 것은 이미 사람보다 AI가 더 많이 압니다. 그래서 그런 지식을 끌어내는 요령이던 프롬프트 기법은 빠르게 흡수됐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정보는 지능으로 메울 수 없습니다.

  • 우리 회사의 환불 정책과 지난달에 바꾼 가격
  • 이 프로젝트에서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파일과 그 이유
  • 우리 브랜드의 색, 글꼴, 말투와 고객이 싫어하는 표현
  •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결과물의 기준

메모리와 지난 대화 검색이 많은 부분을 덜어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메모리가 기억하는 것은 내가 한 번은 말한 것뿐입니다. 처음 한 번은 사람이 줘야 하고, 그 정보가 맞는지, 아직 유효한지 판단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지능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이 부분이 결과를 가르는 거의 유일한 차이가 됩니다. 같은 모델을 쓰는 두 사람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이제 질문 솜씨가 아니라 누가 더 좋은 맥락을 주었는가입니다.

3. 맥락은 스킬로 모인다

맥락을 줘야 한다면, 매번 다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맥락은 점점 하나의 그릇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스킬(Skills) 입니다.

Anthropic은 2025년 10월 16일 Agent Skills를 소개하며 스킬을 "Claude가 특정 작업을 더 잘하도록 필요할 때 불러오는 지시, 스크립트, 자료가 든 폴더"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18일에는 스킬 형식을 여러 AI 도구에서 함께 쓸 수 있는 공개 표준으로 내놓았습니다. 스킬의 특징은 세 가지입니다.

  • 평소에는 짧은 설명만 들고 있습니다: 스킬의 본문은 쓸 때만 읽어 들이기 때문에, 긴 참고 자료를 담아 두어도 쓰기 전까지는 컨텍스트를 거의 차지하지 않습니다.
  • 글만 담는 것이 아닙니다: 지시문 옆에 참고 문서, 실행할 스크립트, 템플릿, 이미지 같은 에셋을 함께 넣을 수 있습니다. 방대한 코드나 브랜드 자료도 스킬로 묶어 둘 수 있습니다.
  • 여러 자리에서 다시 씁니다: 한 번 만든 스킬을 Claude Code와 Claude 채팅, Cowork, 팀원과 함께 씁니다.

01-2~01-5에서 본 남는 것들을 다시 보면, 모두 스킬로 모일 수 있는 모양입니다. 자주 쓰는 요청은 스킬의 지시가 되고, 세상에 없는 정보는 스킬의 참고 문서가 되고, 팀의 규칙과 좋은 결과의 기준은 스킬의 점검 목록이 되고, 반복할 일의 설명은 루프가 부르는 스킬이 됩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제품 안으로 들어오면서 사람에게 남은 하네스 일도 대부분 이렇게 스킬과 맥락을 다듬는 일이 됐습니다. 이 책이 프롬프트에서 출발해 루프까지 올라간 뒤 스킬로 맺는 이유입니다.

4. 이 책을 읽는 방법

2장부터 8장까지는 각 엔지니어링을 깊이 들어갑니다. 읽을 때 세 가지를 같이 보면 좋습니다.

  1. 이 기법은 지금 AI와 제품이 대신해 주는가: 그렇다면 원리만 알고 넘어갑니다.
  2. 여기서 나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 여러분이 실제로 손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3. 그것을 스킬로 남길 수 있는가: 남길 수 있다면 다음에는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맥락을 스킬로 만들고, 키우고, 팀과 나누는 실제 방법은 9장에서 다룹니다. 그 전에 2장에서 작은 하네스를 손으로 한 번 만져 보겠습니다.

이 절에서 참고한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