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말한 사정은 스킬로 남긴다
교실 가입이 막힌 11월 3일, 저희 회사 규칙 문서에 한 줄이 들어갔습니다. 인터넷 주소 단위로 요청을 제한할 때는 같은 주소 100명 강의실을 기준으로 잡는다는 내용입니다. 괄호로 날짜와 이유도 적었습니다. 11월 3일, 교실 가입이 막혔다고요.
기록을 찾아보니 저희가 이 사정을 처음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10월 12일 실행 서버를 손볼 때는 한 반이 주소 하나로 들어오는 상황을 기준으로 시험했습니다. 10월 29일에 위니브 드라이브를 만들 때는 학교와 교실에서 여러 학생이 한 주소를 쓴다는 이유로 로그인 제한을 위니버시티 전체로 넓히지 않았습니다. 강의실 사정은 두 번이나 말해졌습니다. 다만 그 작업 안에서만 말해졌습니다. 그 사이에 있던 10월 27일의 보안 점검에는 이 사정을 읽을 곳이 없었고, 일주일 뒤 수강생이 막혔습니다.
AI에게 내 사정을 말하는 일은 말한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사람 직원이라면 옆자리에서 들은 것이 쌓이겠지만 AI는 적어 둔 것만 읽습니다. 남겨 두지 않으면 다음 일을 맡은 AI는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1. 사고가 나면 한 줄을 남깁니다
저희는 AGENTS.md라는 이름의 문서를 씁니다. 이름은 도구마다 다르고, 하는 일은 같습니다. AI가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이 문서를 먼저 읽습니다. 안에는 회사의 정책, 폴더 지도, 작업 규칙이 있습니다. 강사는 직원이라는 것, 교재 PDF를 더 조이지 않는다는 것도 여기 적혀 있습니다.
작업 규칙에는 '배포 기록에서 뽑은 반복 규칙'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사고에서 뽑은 규칙이라는 뜻입니다. 10월 27일에 서버 쪽 고침 두 건을 연달아 올렸더니 두 번의 배포가 동시에 돌다가 서로 부딪혀 실패했습니다. 복구한 뒤 앞 배포가 끝나야 다음 것을 올린다는 한 줄이 남았습니다. 이제 이 말은 제가 하지 않아도 됩니다.
같은 말을 두 번 했을 때도 남깁니다. 10월 27일 저는 올려 달라고 하면 운영 반영까지 끝내라는 말을 하루에 두 번 했습니다. 그날 그 말은 규칙이 되었습니다. 기관에 내는 보고서에서 제목 옆에 세로 막대 장식을 넣지 않는 것, 인쇄를 전제로 색을 연하게 쓰는 것도 그렇게 남은 말입니다. 코드와 상관없는 말입니다. AI가 쓰는 메모 폴더에는 이런 메모가 지금 130개 넘게 들어 있습니다.

규칙 옆에는 날짜와 사건을 같이 적습니다. 규칙만 있으면 AI는 그 경우만 지키고, 이유가 있으면 처음 보는 경우에도 같은 쪽으로 판단한다고 저는 봅니다.
쌓기만 하면 읽히지 않습니다. 이 문서는 10월 중순에 100KB를 넘겼습니다. 배포할 때마다 이력을 적어 넣었기 때문입니다. 10월 17일에 정책, 우선순위, 지도, 반복 규칙만 남기고 이력은 다른 파일로 옮겨 9KB로 줄였습니다. 언제나 읽어야 할 것은 규칙 문서에, 찾아볼 때만 필요한 것은 기록에 둡니다.
낡은 말은 고쳐야 합니다. 10월 18일에 저는 직원용 배포 봇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가 26일에 생각을 바꿔 개발봇을 만들었습니다. 규칙 문서에도 10월 18일의 결정을 바꾼다고 적었습니다. 옛말을 그대로 두면 AI는 끝난 결정을 계속 지킵니다. 이유를 잃고도 돌던 노트북 서버처럼요. 결정을 적을 때 그 결정이 기댄 이유도 같이 적고, 이유가 없어지면 그 결정을 다시 엽니다.
2. 되풀이되는 일은 스킬이 됩니다
규칙 문서가 언제나 지킬 말이라면, 같은 결과물을 되풀이해서 만드는 일은 스킬에 담습니다. 스킬은 일하는 순서와 양식, 주의할 점을 폴더 하나에 묶어 AI가 필요할 때 꺼내 쓰게 한 것입니다.
견적서 스킬에는 회사 양식과 단가표만 있지 않습니다. 표준 단가는 출발점이고 확정가가 아니니 초안을 먼저 보여 주고 확인을 받으라고 적혀 있습니다. 결과보고서 스킬에는 인원은 계획이 아니라 실제 명단으로 세고, 인원수는 추정하지 말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위니브가 사업을 해 오며 알게 된 것들입니다.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스스로 알 수 없습니다.
이 스킬들은 위니브 드라이브의 공용 폴더에 모아 두어 직원이 내려받아 씁니다. 제가 한 번 정한 것을 다른 직원의 AI도 똑같이 읽습니다.
프롬프트 요령은 다음 모델이 흡수합니다. 내 회사의 사정은 제가 적어 주지 않으면 어떤 모델도 읽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AI 기법을 공부할 시간에 내 사정을 적습니다.
이 책도 그렇게 쓰고 있습니다. 앞선 책의 첫 원고를 제가 읽다가 덮은 일이 있습니다. AI가 쓴 글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문서로 남겼고, 이 책을 쓰는 AI는 그 문서를 먼저 읽습니다.
혼자 쓰는 분이라면 문서 한 장이면 됩니다. 도구가 바뀌어도 그 파일은 옮겨 갈 수 있습니다. 일이 끝날 때 이 한 마디만 덧붙여도 쌓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내가 고쳐 준 것 가운데 다음에도 지켜야 할 것을 이유와 함께 규칙 문서에 적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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