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기 것을 만들어 갔습니다
저희 바이브 코딩 부트캠프에는 정해진 결과물이 없습니다. 2026년 1월에 제주에서 연 바이브 사계 1기도 그랬습니다. 바이브 사계는 부트캠프가 이어지다가 잠깐 바뀌었던 이름이고, 지금은 다시 바이브 코딩 부트캠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기획자와 디자이너와 예비 창업자처럼 개발자가 아닌 분들이 주로 오셨습니다. 저희는 같은 과제를 내지 않습니다. 각자 만들고 싶은 것을 기획해서 그것을 만들어 갑니다.
건축사 사무소에서 오신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분은 3D 화면 기술로 땅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것까지 해서 견적을 내는 서비스를 만들어 가셨습니다. 주소를 넣으면 땅이 나오고, 그 위에 건물 덩어리가 서고, 용적률과 건폐율 같은 숫자가 함께 나옵니다.

이 서비스를 코드에서 시작한 사람은 만들 수 없습니다. 건물을 올려서 무엇을 봐야 견적이 되는지는 건축 일을 해 온 사람이 압니다. 3D를 어떻게 그리는지는 AI가 압니다. 앞 절에서 AI가 모르는 것은 내 사정뿐이라고 한 말을 가장 크게 보여 준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자기 자리에서 만들었습니다. IT 회사에서 오신 분은 사내에서 쓸 시스템을 만들어 가셨습니다. 어떤 분은 몽골 초원의 가축을 찾아내는 시스템을, 어떤 분은 제주 여행 앱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가셨습니다. 상업적으로 쓸 앱을 만든 분도 있고, 자기 결혼식에 쓸 청첩장 앱이나 결혼 준비 가계부 앱을 만든 분도 있습니다.


다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상 일을 하는 PD 한 분은 회사에서 쓸 동영상 편집 앱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여러 가지를 넣을 수 있는 앱인데 부트캠프 안에 완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것을 실패로 치지 않습니다. 그분이 일하면서 무엇이 불편한지는 그 앱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청첩장 앱은 그 결혼식에 쓸 두 사람이 쓸 사람이고, 건축 서비스는 그 사무소의 일이 쓸 곳입니다. 쓸 사람이 분명하니 기획이 저절로 나옵니다. 수강생들에게 저희가 정해 준 것은 무엇을 만들지가 아니라 끝까지 가 보는 일이었습니다. 수료생 한 분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서비스 완주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한 캠프였다고 적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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