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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누구를 위해, 어떤 기준으로

행사 안내문을 써 달라고 했더니 문장은 매끈한데 정작 참가자가 준비할 것이 빠져 있습니다. 7장에서 AI에게 넘길 자료와 고객 앞에 내놓을 결과의 책임을 살펴봤다면, 이제 원하는 일을 알아듣게 맡길 차례입니다. 이 절에서는 목표·대상·기준·재료를 갖춘 지시를 만들어 봅니다.

1. 동료에게 일을 넘길 때 필요한 것

새로 온 동료에게 “행사 안내문 하나 써 주세요”라고만 하면 질문이 돌아옵니다. 어떤 행사인지, 어디에 올리는지, 처음 오는 사람에게 보내는지, 이미 신청한 사람에게 보내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AI에게도 이 사정을 전해 주어야 합니다.

프롬프트(prompt): AI에게 일을 요청할 때 넣는 질문이나 지시입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업무를 설명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먼저 다음 네 가지를 채워 보세요.

요소답할 질문행사 안내문을 맡기는 예
목표무엇을 끝내야 하나참가자가 준비물을 알고 올 수 있는 안내문을 만든다
대상누가 읽거나 쓰나신청을 마친 성인 참가자가 읽는다
기준어떤 결과면 쓸 수 있나준비물과 장소를 포함하고, 확정되지 않은 것은 표시한다
재료무엇을 근거로 만드나확정 공지와 운영 메모를 준다

목표는 문서 이름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공지 작성”만 적으면 무엇을 강조해야 할지 모호합니다. “참가자가 노트북을 챙겨 오게 하기”까지 적으면 제목과 첫 문장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정해집니다. 결과물을 받은 뒤에도 목적을 이루었는지 판단하기가 쉬워집니다.

대상도 직업이나 나이만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지금 하려는 것, 어려워할 만한 것을 알려 주세요. 신청을 마친 사람에게는 신청 방법을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건물 안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목표와 대상, 기준과 재료를 함께 주면 AI가 맡을 업무의 범위가 분명해집니다.

2. 좋다는 말을 확인할 수 있는 말로 바꾸기

“잘 써 주세요”, “깔끔하게 해 주세요”는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지만 통과 기준으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깔끔하다는 것이 짧다는 뜻인지, 항목이 잘 나뉜다는 뜻인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기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말로 바꾸어 보세요.

“친절하게”라고 했다면 “처음 오는 사람이 할 행동을 순서대로 적고, 모르는 용어는 풀어 쓰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빠짐없이”라고 했다면 “일시·장소·준비물·확인할 항목을 각각 넣기”로 바꿉니다. 이렇게 적으면 AI에게 검토를 맡길 때도 같은 기준을 넘겨줄 수 있습니다.

기준을 많이 넣는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같은 안내문에 “최대한 짧게”와 “모든 배경을 자세히”를 동시에 요구하면 어느 쪽을 우선할지 정해야 합니다. 빠뜨리면 안 되는 정보와 줄여도 되는 설명을 나누어 주세요. “준비물과 장소는 유지하고 행사 취지는 한 문장으로 줄여 주세요”처럼 말하면 됩니다.

재료의 빈칸도 기준에 넣습니다. 참가비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무료라고 쓰지 않도록 하고, 주차 안내가 없다면 편리하다고 꾸미지 않도록 합니다. 자료에 없는 사실을 채워 글을 완성하는 것보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따로 돌려받는 편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사실과 제안을 구분하면 일을 더 맡길 수 있습니다. “확정 정보는 바꾸지 말고, 제목은 두 가지 제안해 주세요”라고 하면 제목을 새로 만드는 자유는 주면서 일정이 바뀌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판단해도 되는 자리까지 알려 주는 것입니다.

3. 외울 문장보다 설명할 사정

AI에게 일을 맡기려면 역할을 길게 붙이고 정해진 문구를 외워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실습에서는 일상적인 말로 목적과 자료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자료 정리와 기준 대조까지 AI에게 맡기므로, 그 세부 순서를 내가 모두 명령으로 바꾸어 줄 필요가 줄어듭니다. 원하는 결과의 조건을 충분히 전했다면, 먼저 나온 결과를 보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면 됩니다.

“너는 홍보 전문가야”라는 역할도 쓸모가 있습니다. 다만 그 한 줄로 우리 행사의 확정 사항이나 독자의 상황이 전달되지는 않습니다. “신청을 마친 사람에게 보내는 안내이므로 홍보 표현을 줄이고 준비할 행동부터 적어 줘”가 이번 일에는 더 직접적인 설명입니다.

지시가 길어졌을 때는 AI에게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맡은 범위를 짧게 정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받아야 하는 것은 “어떤 자료로 무엇을 만들고, 무엇이 비어 있는가”입니다. 그 정리가 내 의도와 다르면 결과물 전체가 나온 뒤에 고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료와 기준이 이미 분명한 작은 일은 곧바로 맡겨도 됩니다. 모든 요청에 긴 계획과 확인 질문을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행사 이름 표기를 통일하는 일에 사업 전략부터 세우게 하면, 내가 읽어야 할 문장만 늘어납니다. 설명의 길이는 일의 크기에 맞추면 됩니다.

수정 지시도 결과의 위치와 바꿀 기준을 함께 말해 주세요. “다시 잘 써 봐”보다 “둘째 문단에서 행사 소개를 줄이고 준비물 문장을 앞으로 옮겨 줘”가 구체적입니다. 처음 지시에서 놓쳤던 기준을 발견했다면 다음 업무를 위해 그 기준도 적어 둡니다.

4. 따라 해 보기

아래는 연습을 위해 만든 행사와 자료입니다. 지금 쓰는 AI 대화창에 그대로 붙여 넣으세요. 목표·대상·기준·재료라는 이름을 매번 붙이지 않아도 네 가지 내용이 전달되는지 살펴봅니다.

신청을 마친 성인 참가자에게 보낼 행사 안내문 초안을 만들어 줘. 참가자가 장소를 찾아오고 준비물을 챙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야. 아래 자료는 모두 연습용 가상 자료야.

[확정 정보]
S1. 행사명: 가상 배움모임
S2. 일시: 11월 20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S3. 장소: 가상문화공간 2층 배움방
S4. 준비물: 충전한 노트북과 충전기

[운영 메모]
S5. 참가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음.
S6. 주차 안내는 아직 없음.

제목 한 줄과 본문을 쓰고 본문은 공백 포함 400~550자로 맞춰 줘. 장소와 준비물을 반드시 넣고, 처음 오는 사람이 할 행동을 쉬운 말로 안내해 줘. 자료에 없는 혜택이나 시설은 만들지 마. 미정인 정보는 확정된 것처럼 쓰지 말고 본문 뒤 '확인 필요'에 모아 줘. 각 필수 정보가 어느 자료 번호에서 왔는지도 짧은 표로 붙여 줘. 외부 발송은 하지 말고 이 대화에서 초안만 완성해 줘.

이런 답이 오면 잘된 것: 확정된 장소와 준비물이 들어 있고, 참가비와 주차는 확인할 항목으로 따로 나옵니다.

이렇게 오면 이렇게 다시 말하기: 무료 참가나 무료 주차를 만들었다면 “S5·S6에는 확정 정보가 없어. 그 표현을 지우고 확인 필요 항목으로 옮겨 줘”라고 합니다.

이제 결과를 읽으며 네 가지 중 어떤 설명이 실제로 도움을 주었는지 살펴보세요. 대상 덕분에 신청 방법이 빠졌는지, 기준 덕분에 준비물이 앞에 왔는지 확인해 봅니다.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목표가 잘못됐는지, 필요한 재료가 빠졌는지부터 돌아보면 수정할 곳이 보입니다.

다음 절에서는 지시의 뼈대에 회사와 업무의 사정을 파일로 붙여, 대화할 때마다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는 일을 줄여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