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가 진짜 일하는 시대가 왔다
1. 이제 AI가 진짜 일하는 시대가 왔다
이 책은 고급 활용서가 아니라 Claude Desktop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기능을 익히는 입문서입니다. Skills나 MCP의 심화 내용은 분량이 커 별도의 책에서 따로 다루므로, 이 책에서는 Claude Desktop의 전반적인 기능과 사용법을 익히는 데 집중해 주세요.
종이책은 '이런 거야! 클로드 데스크톱(리코멘드)'으로, 영상도 위니버시티, 인프런에서 동일한 제목으로 판매 중입니다. 영상의 교안은 이 책과 동일하며, 대부분의 영상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일부 내용은 영상에서만 다루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을 떠올려 봅시다. 메일함을 열어 쌓인 메일을 훑고, 어제 받은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하고, 그 내용을 다시 보고서와 발표 자료로 옮깁니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록을 정리해 팀에 공유하고, 틈틈이 견적서와 주간·월간 보고서도 만들어야 합니다. 메일,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로 화면만 바뀔 뿐 같은 내용을 형식만 바꿔 옮기는 일의 연속이고, 정작 창의적인 고민이나 중요한 판단보다 이런 일이 더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 때도 많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이 풍경을 바꾸겠다고 나선 기술이 생성형 AI였습니다. ChatGPT가 등장하자 많은 사람이 이제 사무 업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맡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써 보면 어딘가 아쉬웠습니다. AI는 그럴듯한 글을 술술 써냈지만, 그 답을 내 컴퓨터의 파일로 옮기고 양식에 맞춰 정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AI는 똑똑한 조언자였을 뿐, 내 옆에서 손을 움직여 주는 동료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위니브에서 진행하는 '제주 AI 컨퍼런스' 기획서를 이 방식으로 만든다고 해봅시다. 작년과 재작년 자료 파일을 일일이 찾아 채팅창에 끌어다 놓고, AI가 정리해준 답변을 복사해 한글이나 엑셀에 붙여넣고, 양식을 맞추고, 색을 칠하고, 파일 이름을 바꾸고, 폴더를 찾아 정리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사람 손을 거쳐야 했습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내 컴퓨터 안에서 파일을 열고 읽고 쓰는 일은 사람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가 일을 대신해주는 시대는 아직 멀었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고, 생산성 향상은커녕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정리하느라 오히려 시간을 더 쓰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1.1 일해주는 AI
사람들이 AI에 진짜로 바라는 것은 그럴듯한 답변을 넘어서 내 컴퓨터 안에서, 내가 하던 일을 AI가 대신 처리해주는 것입니다. 파일을 직접 열어 읽고, 고치고, 새로 만들고, 정리하는 그 손 많이 가는 일을 대신 해줬으면 하는 것이죠.
Anthropic도 이 열망을 정확히 읽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Claude Code입니다. 묻고 답하는 데서 끝나는 웹 채팅 AI 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내 컴퓨터의 파일을 읽고 쓰고, 명령을 실행하고, 여러 단계를 스스로 거치며 일을 처리하는 도구입니다. 흩어진 데이터를 가공해 보고서로 정리하고,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일을 정말로 해냅니다. 앞서 본 컨퍼런스 기획서로 돌아가 보면, 자료 파일을 채팅창에 하나하나 끌어다 놓는 대신 "작년과 재작년 기획서를 찾아 읽고, 올해 초안을 만들어 기획 폴더에 저장해줘"라고 말하면 됩니다. 파일을 찾는 것도, 읽는 것도, 결과물을 저장하는 것도 이제 AI의 몫이 됩니다. '답을 알려주는 AI'에서 '일을 해주는 AI'로 넘어가는 큰 도약이었습니다.
문제는 Claude Code가 터미널(terminal)에서 동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터미널은 검은 화면에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공간입니다. 누를 버튼도 고를 메뉴도 없이, 깜박이는 커서 하나만 사용자를 기다립니다. 개발자에게는 매일 드나드는 작업 공간이지만, 마우스로 컴퓨터를 다뤄온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낯선 곳입니다. Claude Code에게 일을 맡기려면 먼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명령어 창을 열고, 알 수 없는 영어 명령을 입력해야 했습니다. 코딩을 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그 검은 화면은 진입을 포기하게 만드는 문턱이었습니다.

실제로 공무원, 공공기관, 기업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AI 업무 활용 교육을 진행해 보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터미널에서 명령을 입력하는 단계에서 절반 가까운 분들이 매우 힘들어합니다. 명령어를 한 글자만 잘못 입력해도 영어 오류 메시지가 쏟아지는데, 그 메시지가 무엇을 하라는 뜻인지 알 수 없으니 거기서 손이 멈춥니다. Claude Code와 같은 도구를 설치해 얻는 이득은 분명한데, 거기에 도달하기까지의 문턱이 너무 높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강력한 도구가 나왔는데도 일해주는 AI는 여전히 개발자의 것이었고,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1.2 기술의 힘과 기술의 문턱
강력한 기술이 문턱에 막혀 소수의 것으로 남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컴퓨터의 역사를 돌아보면, 큰 변화는 성능이 좋아질 때가 아니라 그 성능에 닿는 문턱이 낮아질 때 일어났습니다. 명령어를 외워 입력하던 시절의 컴퓨터는 소수 전문가의 도구였지만, 마우스로 아이콘을 누르는 그래픽 화면(GUI)이 등장하면서 모두의 물건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능 자체보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만지는 직관적인 방식이 수십억 명을 컴퓨터 사용자로 바꿔 놓았습니다.
저는 이것을 '기술의 힘'과 '기술의 문턱'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기술의 힘은 성능, 알고리즘, 모델, 데이터처럼 기술 자체가 가진 능력입니다. 기술의 문턱은 그 힘에 다가서기 위해 사람이 넘어야 하는 턱입니다. 문턱이 아주 높으면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적당한 높이면 애써 넘어갑니다. 그러다 마침내 평범한 걸음으로도 넘을 만큼 낮아지면, 사람들은 문턱이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고 넘나들게 됩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아니었던 곳에 길이 생깁니다.
둘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 구분 | 기술의 힘 | 기술의 문턱 |
|---|---|---|
| 무엇인가 | 성능, 모델, 데이터 등 기술 자체의 능력 | 그 능력에 다가서려면 넘어야 하는 턱 |
| 무엇을 결정하나 | 그 기술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가 | 그 기술을 누가 쓸 수 있는가 |
| 컴퓨터에서는 | 연산 능력과 소프트웨어 | 명령어 입력에서 마우스와 아이콘으로 |
| 스마트폰에서는 | 손안에 들어온 컴퓨터 성능 | 손가락으로 만지는 화면 |
| AI에서는 | Claude라는 모델의 지능 | 터미널에서 익숙한 채팅 앱으로 |
이 구분으로 앞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 문제가 또렷해집니다. Claude Code는 강력한 힘을 가진 도구였지만, 터미널이라는 높은 문턱 너머에 있었습니다. 힘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문턱이 높아서, 그 힘은 개발자가 아닌 사람에게 닿지 못한 채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이 계속 붙들고 가는 질문도 하나입니다. 이미 충분히 강력한 AI의 힘 앞에서, 문턱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는가.
1.3 데스크톱 앱이 바꾼 것
이 질문에 대한 Anthropic의 대답은 문턱 자체를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강력한 AI라도 사람들이 검은 터미널 화면 앞에서 멈춰 선다면, 그 힘은 쓰이지 못한 채 잠들어 있을 뿐이니까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Claude Desktop입니다. 개발자만 다루던 AI의 힘을, 누구나 쓰는 평범한 앱 화면 안으로 옮겨 놓은 프로그램입니다. 설치하고 로그인하면 카카오톡이나 슬랙을 쓰듯 익숙한 채팅창이 열립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채팅창에 말을 걸면 AI가 내 컴퓨터의 폴더 안에서 직접 파일을 열어 읽고, 고치고, 새 파일로 저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실행 환경이 터미널에서 앱으로 바뀐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사람만 다룰 수 있던 영역과 AI가 머물던 영역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다만 이 변화는 AI가 갑자기 더 똑똑해져서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웹에서 쓰던 것과 똑같은 모델, 똑같은 지능입니다. 그동안 AI가 내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한 이유는 머리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자리에 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가 저장될 폴더도, 데이터가 담긴 엑셀 파일도, 양식이 짜인 문서도 모두 채팅창 바깥에 있었고, AI는 그 안을 들여다볼 수도 건드릴 수도 없었습니다. Claude Desktop이 바꾼 것은 AI의 지능이 아니라 이 거리입니다. 그 지능을 내 컴퓨터 안으로 들여놓자, 이제 AI는 필요한 파일을 내 폴더에서 스스로 찾아 읽고, 내용을 손보고, 결과물을 만들어 제자리에 두는 일까지 해냅니다.
차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AI가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답만 건네던 AI가 이제 내 일이 벌어지는 자리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요청을 받았을 때 웹 채팅과 Claude Desktop이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그리고 각자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지 그림으로 보면 한눈에 들어옵니다.
1.4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트형 AI로
두 갈래의 차이를 조금 더 정확한 용어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웹 채팅의 길은 생성형 AI(generative AI), Claude Desktop의 길은 에이전트형 AI(agentic AI)입니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받아 글이나 이미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가 일입니다. 주로 채팅 형태로 결과물을 확인하는 방식이어서, 결과물을 파일로 저장하거나 내 컴퓨터 안에서 활용하는 일은 사람이 직접 해야 했습니다. 반면 에이전트형 AI는 목표를 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도구를 골라 쓰고, 중간 결과를 점검해 다음 행동을 정하며 끝까지 일을 끌고 갑니다. 답을 '말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일을 '해내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입니다.
| 구분 | 생성형 AI | 에이전트형 AI |
|---|---|---|
| 일이 끝나는 지점 | 답변이나 결과물을 만들어낸 순간 | 목표한 일이 실제로 마무리된 순간 |
| 마지막 손질 | 옮겨 붙이고 정리하는 일은 사람 몫 | 파일 저장과 정리까지 스스로 처리 |
| 일하는 방식 | 질문 하나에 답 하나 |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골라 여러 단계 진행 |
| 사람의 자리 | 결과를 받아 마무리하는 실무자 | 일을 맡기고 점검하는 관리자 |
요즘은 어디서나 '에이전트(agent)'라는 말이 들립니다. 주어진 환경을 인식하고(perceive), 목표를 위해 스스로 판단해(decide), 그 환경에 실제로 행동을 가하는(act) 주체를 에이전트라고 부릅니다. 이 기준을 그대로 대입해 봅시다. Claude Desktop은 내 컴퓨터라는 환경을 들여다보고, 무엇을 어떤 순서로 할지 판단하고, 파일을 열고 고치고 저장하는 행동까지 실제로 수행합니다. 환경 인식, 판단, 행동을 모두 갖췄습니다. 화면 안에서 글만 출력하는 웹 채팅에게는 이 셋 가운데 '행동'이 빠져 있습니다. 내 컴퓨터에 손을 대어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Claude Desktop이야말로 이 정의에 충실한 에이전트입니다.
Claude Desktop이 이렇게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답변 하나를 내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차례로 써 가며 일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내 폴더에서 파일을 찾아 읽고, 필요하면 웹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해 데이터를 가져오고, 그 결과를 모아 문서로 정리하는 과정을 스스로 이어 갑니다. 어떤 도구를 언제 어떤 순서로 쓸지 판단하며 일을 매듭짓는 모습은, 한 명의 유능한 실무자를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AI가 이렇게 일을 직접 해내기 시작하면 사람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더 이상 키보드를 두드려 직접 작업하는 실무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일을 맡기고 결과를 점검하는 자리로 올라서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지 않고도 여러 연주자를 이끌어 한 곡을 완성하듯, 사람도 AI라는 연주자를 앞에 두고 전체를 조율하는 지휘자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일하는 사람을 두고 AI 오케스트레이터(AI orchestrator), AI PM(AI Project Manager), AI 디렉터(AI director) 등으로 부릅니다. 다만 최근 멀티 에이전트 기술 문서에서는 '오케스트레이터'가 여러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상위 에이전트, 즉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널리 쓰입니다. 이 책에서 AI 오케스트레이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합니다.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고도 여러 AI에게 일을 분배하고 지휘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역할입니다.
1.5 DX 다음에 오는 AX
이 변화는 편리한 기능이 하나 늘어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이 종이 장부를 엑셀로, 수기 결재를 전자 결재로 바꿔온 흐름을 우리는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옮기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는 그다음 단계입니다. 컴퓨터에 옮겨놓은 일을 이제는 AI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맡기는 것, 이것을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라고 합니다. DX가 일을 디지털화하는 단계였다면, AX는 디지털화된 일을 에이전트에게 위임하는 단계입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AX는 DX를 건너뛰고 곧바로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AI가 일을 대신 처리하려면, 먼저 그 일과 자료가 컴퓨터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정리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료가 여전히 종이 서류나 누군가의 머릿속에만 있다면, 아무리 똑똑한 에이전트라도 손댈 거리가 없습니다. 흩어진 파일을 폴더에 정리하고 데이터를 엑셀로 옮겨두는 디지털 전환이 갖춰질수록,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그래서 DX는 AX의 발판입니다.
위니브는 10년 전부터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대신 마크다운(Markdown)으로 문서를 작성해 왔습니다. 마크다운은 # 같은 글자 몇 개로 제목과 목록을 표시하는 단순한 텍스트 문서 형식입니다. 정부 사업처럼 정해진 양식이 꼭 필요한 경우를 빼면, 회의록부터 기획서, 교육 자료, 업무 매뉴얼까지 거의 모든 문서가 마크다운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지도 그냥 두지 않고,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설명을 마크다운 텍스트로 따로 남겨 둡니다. 처음에는 단지 가볍고 다루기 편하다는 이유로 시작한 습관이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가 오자, 이렇게 쌓인 마크다운이 뜻밖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마크다운은 사람이 읽기 쉬울 뿐 아니라 AI가 그대로 읽고 다룰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한글 파일이나 복잡한 엑셀 양식과 달리, 별도의 변환 없이 곧바로 AI에게 건넬 수 있는 깔끔한 데이터인 것입니다. 그 덕분에 위니브는 "작년 컨퍼런스 기획서들을 참고해서 올해 기획서 초안을 잡아줘"처럼 지난 자료를 토대로 일을 맡기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남들보다 빠르게 AX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10년에 걸친 마크다운 정리가 가장 든든한 AX의 발판이 되어 주었습니다. 거창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평소 자료를 AI가 읽기 좋은 형태로 차곡차곡 남겨두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용어를 시대에 맞춰 다시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DX는 종이 문서를 디지털 파일로 바꾸는 '디지털화'를 뜻했습니다. 하지만 AX 시대의 DX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디지털로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가 읽고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는 것까지를 의미하게 된 것입니다. 같은 디지털 파일이라도, 복잡한 양식에 갇힌 한글 문서와 AI가 곧바로 읽어내는 마크다운은 AX의 발판으로서 가치가 전혀 다릅니다.
1.6 가장 쉬운 형태의 AI 전환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고 넘어가겠습니다. AX라고 하면 대규모 시스템 구축이나 '바이브 코딩' 같은 전문 기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것은 내 업무를 AI에게 말로 시켜 처리하게 하는, 가장 쉬운 형태의 AI 전환입니다. 코딩을 모르는 직장인, 기획자, 창업자, 프리랜서라도 개발 지식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매주 월요일 휴가자 명단과 통계를 모아 주간 보고서로 정리하던 일이라면, 이제는 "이번 주 휴가자 명단이랑 주간 통계 정리해서 주간 보고서 만들어 공유 폴더에 넣어줘. 부장님 보고용이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새 프로그램을 익힐 필요도, 코드를 쓸 필요도 없이 평소 쓰던 말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늘 하던 일을 말로 맡기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AX입니다.
이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Claude Code를 위니브 사내에 도입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변화가 아이디어 채팅방에서 일어났습니다. 전에는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가 글로 올라오던 방에, 어느 순간부터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로 동작하는 제품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획자도, 디자이너도, 개발을 해본 적 없는 직원도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직접 만들어 공유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직원들은 터미널이라는 문턱을 넘어야 했습니다. Claude Desktop은 그 마지막 문턱마저 없앤 도구입니다. 검은 화면도, 명령어도 없이 채팅창에 말을 거는 것만으로 같은 일이 가능해졌으니, 이제는 정말 누구나 자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위니브에서는 사내 HR 시스템부터 100페이지가 넘는 한글 제안서, 발표용 프레젠테이션까지 모두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 냅니다. 한때 며칠씩 밤을 새우거나 전문 개발자나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야 했던 결과물이, 말로 일을 시키는 것만으로 나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코드를 짜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보고서 예산을 1억 원에 맞춰 다시 짜고,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서 발표자료 폴더에 넣어줘"라고 말로 시키는 것뿐입니다. 판단하고 도구를 부리는 일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사람은 무엇을 시킬지 정하고 그 결과를 검토해 다듬으면 됩니다. 이제 AI가 내 컴퓨터를 직접 다루며 일을 처리하는 시대가 정말로 온 것입니다.
1.7 말로 시켜서 나온 결과물
말로 시켜서 일이 처리된다는 이야기가 아직 손에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이 나오는지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아래는 위니브가 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어떤 문서를 만드는지 가상의 시나리오로 꾸며 본 것입니다. 상황은 지어낸 것이지만 문서를 만드는 방식은 실제 그대로이고, 지원할 만한 공고를 찾는 일부터 제안서, 견적서, 발표 자료, 발표 대본, 홍보용 카드뉴스까지 모두 Claude Desktop으로 작성했습니다.
여기 실린 샘플 문서는 영상 강의에서 파일로 제공합니다. 각 문서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만드는지도 영상에서 함께 다룹니다.
시작은 어떤 공고에 지원할지 고르는 일입니다. 공공 입찰과 공모 공고를 모아 회사의 실적과 역량에 비추어 적합도를 매기고, 마감이 임박한 것부터 볼 수 있게 정리한 화면입니다. 여러 사이트를 돌며 공고를 하나씩 열어보던 일을 한 장의 대시보드로 옮긴 것입니다.

지원할 공고를 정하면 제안서를 씁니다. 표지부터 제안 개요, 추진 전략, 사업 수행 실적까지 35쪽 분량이고, 심사 항목마다 어느 장에서 대응했는지 표로 정리한 부분까지 들어 있습니다. 관공서에 제출하는 문서라 양식과 목차 규칙이 까다로운데, 그 규칙을 지킨 초안이 대화 몇 번으로 나옵니다.

제안서에는 견적서가 따라붙습니다. 인건비, 홍보비, 인쇄 제작비처럼 구분을 나누고 항목별 단가와 수량, 횟수를 곱해 금액을 채운 다음 소계와 최종 견적가까지 계산한 문서로, 엑셀 파일과 인쇄용 PDF로 함께 저장합니다.

서류를 냈다면 다음은 발표입니다. 제안서의 내용을 발표용 슬라이드 19장으로 옮깁니다. 문서를 그대로 붙여 넣은 것이 아니라 한 장에 메시지 하나만 남기고, 숫자와 도식으로 다시 짠 자료입니다.

발표 자료와 함께 대본도 만듭니다. 슬라이드마다 몇 초씩 배분할지 정하고 누적 시간을 계산해, 배정된 15분 안에 끝나도록 맞춘 대본입니다. 시간이 부족할 때 생략할 슬라이드까지 표시해 둡니다.

같은 흐름에서 사람을 모으는 홍보물도 만듭니다. 함께 AI 도구를 만들 참여자를 모집하는 안내를 카드뉴스 8장으로 옮긴 결과물입니다. 이미지 파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브라우저에서 문구를 고치고 여덟 장을 한 번에 내려받는 화면까지 함께 만듭니다.

문서 여섯 종류를 만드는 동안 사람이 하는 일은 어떤 공고에 지원할지 정하고, 무엇을 담을지 말해주고, 나온 결과를 읽고 고쳐 달라고 다시 말하는 것뿐입니다. 문서 양식을 잡거나 표를 그리거나 슬라이드를 배치하는 일에는 손대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런 것이 나온다는 정도만 봐두시면 됩니다. 무엇을 어떻게 시켜야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는 이 책에서 차근차근 다룹니다.
1.8 무엇이 달라지는가
코드를 몰라도 이런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부릴 수 있다면, 일하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자체가 넓어집니다. 변화는 두 방향에서 일어나고, 그 끝에서 사람의 역할까지 달라집니다. 하나는 하던 일을 더 빠르게 처리하게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껏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까지 직접 해내게 되는 것입니다.
- 반복 업무가 줄어듭니다: 매주 똑같이 만들던 주간 보고서, 매번 같은 양식으로 채우던 견적서, 흩어진 파일 이름을 일일이 바꾸던 정리 작업을 AI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단순 작업에 쓰던 시간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 전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던 일을 직접 해냅니다: 데이터 분석은 분석가에게, 랜딩 페이지는 개발자에게, 시안은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야 했던 일을 이제는 말로 설명해 직접 만들어 봅니다. 1인 창업가나 프리랜서가 팀 하나가 할 일을 혼자 감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코드를 모른다는 사실이 더 이상 한계가 되지 않습니다.
- 더 높은 수준의 판단에 집중하게 됩니다: 형식을 바꾸고 옮겨 붙이는 단순 작업이 AI에게 넘어가면, 사람에게는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방향을 잡고, 결과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일이 남습니다. 실무자에서 한 발 물러나, 일 전체를 설계하고 지휘하는 자리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된다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전 같으면 외부에 맡기거나 아예 포기했을 일까지 손에 잡히는 범위로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전에는 시장 조사 보고서 한 편을 만들려 해도 자료를 모으고 표로 정리하고 문서로 다듬는 데만 며칠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이 시장의 경쟁사와 가격대를 조사해서 비교표가 들어간 보고서로 정리해줘"라고 맡긴 뒤, 그 결과를 검토하고 방향을 다듬는 데 시간을 쓰면 됩니다. 일의 무게중심이 '직접 만드는 것'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앞서 본 AI 오케스트레이터, 곧 AI를 지휘해 더 큰 일을 해내는 사람이 하는 일이 이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내가 반복하던 업무는 물론, 전에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야 했던 업무까지 말로 시켜서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 출발점에 Claude Desktop이 있습니다. 이어서 비슷해 보이는 여러 에이전트 도구 중에서 왜 하필 Claude Desktop인지, 무엇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