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기 전에 환경부터 갖추기
1. 묻기 전에 환경부터 갖추기
여기서는 묻기 전에 환경부터 갖추는 작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여기서 길게 다루지 않을 것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역할을 부여하기, 좋은 예시를 한두 개 보여 주기, 표나 JSON 같은 출력 형식을 미리 정해 주기, 단계적으로 생각하게 하기. 이런 프롬프트 기술은 이미 많은 곳에서 다뤄졌고, 여러분도 어느 정도 알고 계실 겁니다. 효과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는 그보다 강력한 재료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하며 쌓아 온 문서, 코드, 보고서입니다. Cowork와 Code 탭은 폴더를 기반으로 일하니, 이 자료를 폴더에 갖춰 두면 화려한 프롬프트 없이도 내 일에 맞는 답이 나옵니다. 한두 번 쓰고 말 일이라면 그때그때 잘 묻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같은 종류의 일을 거듭 맡기는 순간 매번 맥락을 다시 설명하는 비용이 커집니다.
갖출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반복되는 절차는 한 번만 가르쳐 두고, 그 모든 것을 업무마다 나눕니다.
1.1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은다
폴더에 기반해 답변하고 파일을 생성하는 것은 Claude Desktop을 쓰는 가장 기본적인 기술입니다. 필요한 자료를 매번 대화창에 붙여넣는 대신, 작업 폴더에 모아 두면 Claude가 그 폴더를 상시 참조합니다.
폴더에 모아 둘 만한 것은 세 종류입니다.
- 근거자료: 데이터 파일, 보고서, 회의록처럼 답의 사실관계가 될 자료입니다.
- 규칙과 기준: 브랜드 말투 가이드, 보고서 양식, 피해야 할 표현 목록처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해 둔 문서입니다.
- 좋은 예시: 마음에 들었던 결과물 샘플입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준도 잘 된 예시 하나면 단번에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매주 회사 블로그 글을 다듬는 일을 맡았다고 해 봅시다. 폴더를 갖추지 않으면 새 글을 손볼 때마다 "우리 브랜드 말투는 친근하지만 가볍지 않고, 이런 표현은 피하고, 지난번에 잘 나온 글은 이런 느낌이었다"라는 설명을 처음부터 다시 적어야 합니다. 글 한 편을 손보는 것보다 설명을 다시 쓰는 데 시간이 더 들 때도 있습니다.
반면 지난 분기 블로그 글을 모은 파일을 근거자료로, 말투와 피할 표현을 적은 문서를 규칙으로, 반응이 좋았던 글 한두 편을 예시로 폴더에 한 번 넣어 두면, 다음 주부터는 "이 글 다듬어 줘" 한마디로 충분합니다. 말로 길게 설명할 내용이 폴더 구성만으로 전달됩니다.
자료를 폴더에 넣을 때는 있는 그대로 던져 넣기보다 Claude가 읽기 좋은 형태로 한 번 다듬어 두면 효과가 큽니다. PDF나 화면 캡처, 표가 뒤섞인 자료는 핵심을 정리한 마크다운(md) 파일로 옮겨 두면 앞에서 본 것처럼 훨씬 정확하게 읽고 인용합니다. 이미지는 파일 이름만 보고도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있게 저장하고, 공수를 더 들인다면 이미지 설명을 md 파일로 따로 남겨 둘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비슷한 업무를 또 맡으면 이렇게 다듬어 둔 덕을 한 번 더 봅니다.
그런데 이 변환 작업 자체에는 똑똑한 모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서를 옮겨 적고 형식을 맞추는 일은 단순 작업에 가까워서 가볍고 빠른 모델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조심할 것은 자리입니다. 여러 파일을 한꺼번에 다듬다 보면 대화가 길어지기 마련이고, 이 긴 정리 작업을 실제 일을 맡길 대화와 같은 자리에서 하면 맥락만 무거워져 정작 중요한 작업의 답이 흐려집니다. 그러니 자료 다듬기는 실제 작업과 떼어 별도의 대화에서 처리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결과물만 작업 폴더로 옮겨 두세요.
마크다운은 #이나 - 같은 기호 몇 개로 제목과 목록을 표시하는 단순한 텍스트 형식입니다. 규칙이 열 개도 되지 않아 30분이면 익힐 수 있고, 한 번 익혀 두면 AI에게 자료를 건네는 일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더 배우고 싶다면 위니북스의 딱 필요한 만큼: 바이브 코딩을 위한 마크다운을 참고하세요. 책과 영상 모두 무료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폴더에 자료를 넣는다고 Claude가 그 내용을 외워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살펴봤듯 자료는 그 순간 컨텍스트로 함께 전달될 뿐입니다. 그래서 폴더를 비우거나 파일을 빼면 그 자료는 더 이상 참조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근거자료가 늘 내 컴퓨터 안에 파일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의록은 노션에, 데이터는 구글 드라이브에, 일정은 캘린더에 흩어져 있곤 합니다. 이런 자료를 매번 내려받아 폴더에 옮기는 일은 번거롭고, 원본이 바뀌면 다시 옮겨야 합니다. 이 번거로움을 덜어 주는 것이 7장에서 다룰 커넥터입니다. 외부 서비스를 Claude에 직접 연결해 두면, 흩어져 있는 자료를 옮겨 담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끌어와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1.2 반복되는 절차는 한 번만 가르친다
자료를 모으는 일이 '무엇을 근거로 삼을지'를 갖추는 것이라면, 두 번째로 갖출 것은 '어떤 순서와 기준으로 일할지'입니다. 근거와 절차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절차를 매 대화마다 똑같이 설명하고 있다면, 환경이 아니라 그때그때의 말솜씨에 기대어 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매주 고객 문의를 정리할 때 늘 같은 흐름을 따른다고 해 봅시다. 먼저 문의를 종류별로 나누고, 자주 나온 불만을 추리고, 정해진 표 형식으로 옮기고, 마지막에 한 줄 요약을 답니다. 이 절차를 매번 풀어서 설명하는 것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법을 다시 가르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설명을 이번 주에만 다섯 번 적었다면, 이제 방식을 바꿀 때입니다.
반복되는 지시는 매번 글로 풀어 쓰지 말고, 한 번 만들어 두고 계속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합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그 규칙과 절차를 문서 파일로 만들어 폴더에 함께 두면 됩니다. 손에 익은 작업 절차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Claude Desktop에는 자주 쓰는 작업 절차를 미리 가르쳐 두는 Skill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한 번 만들어 두면 매번 설명하지 않아도 "이번 주 문의 정리해 줘" 한마디에 그 절차대로 일합니다. 일하는 법을 가르치는 수고는 딱 한 번이면 됩니다.
Skill을 만들고 다루는 방법은 7장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지금은 매번 똑같이 적고 있는 설명을 알아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설명이 7장에서 Skill로 바꿀 첫 번째 후보입니다.
1.3 업무마다 환경을 나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자료도 잔뜩 모으고 Skill도 많이 만들어 두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무작정 쌓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폴더 속 자료든 Skill이든 결국 Claude가 일할 때 컨텍스트로 함께 올라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에서 맥락이 무거워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미 보았습니다. 정확도가 떨어지고(NoLiMa), 중요한 내용이 한가운데 묻힙니다(Lost in the Middle).
앞에서 맥락은 쌓일수록 공짜가 아니라고 했는데, 환경도 마찬가지입니다. 갖춰 둔 자료와 절차는 그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리는 컨텍스트 윈도우에서 나옵니다. 작업대가 넓다고 일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에 필요한 연장만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일이 잘됩니다. 쓰지도 않을 자료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로 갖출 것은 자료나 절차가 아니라 경계입니다. 모든 업무의 자료를 폴더 하나에 몰아넣으면 블로그 글을 쓸 때 회계 데이터까지 함께 올라와 답을 흐립니다. 갖출수록 좋아질 것 같던 환경이 어느 선을 넘으면 오히려 발목을 잡습니다. 블로그 작업 폴더에는 블로그 자료와 글쓰기 규칙만, 회계 작업 폴더에는 회계 데이터와 정리 기준만 두세요. 그 작업에 꼭 필요한 맥락만 올라오므로 답이 더 정확하고 빨라집니다. Skill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Skill을 한곳에 쌓아 두기보다, 그 업무에 쓰는 절차만 그 업무의 공간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업무 단위로 폴더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이 나눔을 기능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이 7장에서 다룰 프로젝트(Projects)입니다. 작업마다 별도의 공간을 두고 그 안에 자료와 지침을 담아 두면, 공간을 옮길 때마다 맥락도 함께 갈아 끼워집니다. 폴더를 손으로 정리하며 무엇을 올리고 무엇을 뺄지 고민할 필요 없이, 공간 자체가 그 경계를 지켜 줍니다.
이렇게 갖춰야 할 세 가지는 다음 장의 세 주제와 그대로 포개집니다.
프롤로그에서 Claude Desktop이 우리를 위해 기술의 문턱을 낮췄다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자료를 읽기 좋게 모아 두고, 절차를 가르쳐 두고, 업무마다 경계를 그어 두는 것은 우리가 AI를 위해 일의 문턱을 낮춰 주는 일입니다. 다음 장에서 이 도구들을 하나씩 손에 익혀 보겠습니다.